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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노트'] 친환경 제품이 쏟아져 나와도 막상 히트상품이 없는 이유는
  •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

입력 : 2009.05.02 03:08 / 수정 : 2009.05.02 10:39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란 명분 자체보다 나에게 어떤 차별화된 이익을 주는가가 중요

어느 전자회사의 상품 기획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찾아왔다. 그들의 고민은 '에코(eco·친환경)' 개념을 적용한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데 있었다. 그들은 토너(toner)와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인 프린터와 분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휴대폰 등 환경친화적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았었다.

사실 잘 나가는 트렌드에 맞춘 상품들이 막상 매출에서는 부진한 경우가 흔하다. 에코 트렌드도 그렇다. 시장에는 '에코OO' '그린△△' 등 친환경제품임을 자랑하는 새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막상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는 제품은 많지 않다. 왜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트렌드가 확산될 타이밍을 너무 빨리 잡았을 수도 있고, 가격이나 부가 기능과 같은 다른 요소들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에도 하나의 히트상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두루뭉술하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해당 트렌드에 대한 적실한 이해를 통해 소비자들이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에코와 같이 거대한 메가트렌드(mega-trend·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기획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이 차별점을 포착해내는 첫걸음은 소비자들이 해당 트렌드로부터 어떤 편익을 기대하고 있는가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늘 그렇다. "신(神)은 디테일(detail) 속에 있다."(건축가 미즈 반 데어 로에의 말)

사실 '친환경'의 뜻이 분명한 것 같지만, 인식하는 주체에 따라 세부적인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환경운동가들이 '무분별한 개발의 억제를 통한 생태의 유지'를 생각할 때,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즉 환경산업의 육성을 통한 성장 동력의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업은 아마도 '어떻게 환경 이슈를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활용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떨까? 미묘하다. 제품에 따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에코의 의미가 다르다. 자동차를 살 때는 향상된 연비(燃費)를 중시하지만, 주택을 고를 때에는 난방 효율보다는 천연 인테리어 자재를 사용해 '새집증후군'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먹을거리의 경우 친환경은 유기농과 동의어처럼 사용되곤 한다. 중요한 것은 환경 보호라는 명분 자체보다 '어떤 개인화된(personalized) 편익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에 있다.

서두에서 예를 든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에코의 편익은 제품마다 또 다르므로 보다 정밀하게 정의돼야 한다. 프린터는 직장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토너나 전기 사용을 줄여주는 것은 그다지 호소력 있는 편익이 아니다. 차라리 토너 가루가 무해(無害)하다거나 교체 시 손에 묻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폐기 후 자연 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만든 휴대폰이 각광을 받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까닭에서다. 다 쓴 휴대폰을 그냥 장롱 속에 넣어두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분해 가능성은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에코처럼 추상적인 트렌드는 하나의 프리미엄(premium) 제품의 표식으로 작용할 때 비로소 소비자의 지갑에까지 힘을 미칠 수 있다. 웰빙 트렌드가 그랬다.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는 '참살이'에의 열망은 그것이 프리미엄의 신호로 인식된 후에야 높은 가격에도 구매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에코는 어떤 프리미엄을 주어야 하는가? 에코 백(eco bag)의 확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에코 백은 재활용이 가능한 장바구니다. 2007년 영국에서 '나는 비닐봉지가 아니다(I'm not a Plastic Bag)'는 슬로건이 들어간 장바구니가 선을 보이고 키이라 나이틀리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에코 백을 든 모습이 공개되면서 거대한 장바구니 패션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광범위하게 퍼져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회용 비닐 백에 보증금을 물리고, 수많은 시민단체에서 장바구니 들기 운동을 벌여온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이제야 장바구니 바람이 부는 것은 어째서일까? 쿨(cool)한 패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명 백화점과 마트에서 멋지게 디자인한 에코 백을 '이효리 그린 백'이니, '이보영 백'이니 하는 별명과 함께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장바구니는 그냥 장바구니가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 됐다.

소비자에게는 환경을 지킨다는 대의(大義)보다는 환경 친화적 패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부심(pride)이 더 중요하다. 다소 씁쓸하지만 그렇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란 결국 '어떻게 보일 것인가'의 문제다. '나는 환경까지 생각하는 에지 있는(멋있다는 의미의 속어) 소비자'라는 자부심이 에코패션의 진정한 편익이다. 그렇지 않고는 악어가죽으로 된 클러치 백(아주 작은 핸드백)을 에코 백과 함께 들고 다니는 트렌드를 설명할 길이 없다.

트렌드에 부응하는 히트상품을 창조하기 위한 '플러스 알파'를 찾고 있는가? 이 글에서 필자는 중요한 'P'를 세 번 언급했다. 트렌드의 편익을 '개인화(personalize)'시켜 '프리미엄(premium)' 제품으로 기획하고 마케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소비자라는 '자부심(pride)'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3P'를 기억하라.
posted by 댄디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