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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실업문제 해결 ‘지역사회 등불로’…영국 브리스톨을 가다
입력: 2008년 01월 22일 03:15:39
 
지난해 정부의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과 1차 사회적 기업 인증제 도입 등으로 관심이 고조된 한국의 사회적 기업이 제대로 정착, 발전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 등 여러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첫 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랜 협동조합과 공동체 운동의 역사를 지닌 영국에는 지역사회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회적 기업들의 층이 두꺼운 편이다. 지난 8~11일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의 교수, 대학원생들과 함께 영국 브리스톨을 찾아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사회적 기업과 지원 조직들을 돌아봤다.

재봉 기술을 교육하는 브리스톨 이스튼 지역의 사회적 기업 ‘실라이 포 스킬스’에서 학생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브리스톨/김유진기자>

◇살기좋은 지역사회를 꿈꾼다=영국 남서부의 최대도시 브리스톨은 세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불균형 발전과 함께 빈곤, 실업, 교육, 보건 분야의 모순들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 또는 제3섹터로 간주되는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관여한다.

‘하트클리프&위디우드 벤처스(Hartcliffe&Withywood Ventures·HWV)’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변화를 이뤄낸 사례다. 브리스톨 남쪽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하트클리프와 위디우드 지역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교육수준 등 전형적인 낙후 지역이다. HWV는 1985년 지역 주민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직업훈련을 시켜 노동시장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하나 둘 일자리를 얻고, 고교 졸업률이 올라가는 등 차차 성과가 나타났다.

96년에는 게이트하우스 센터에 입주하면서 지역사회 사랑방으로도 거듭났다. 센터 안에는 컴퓨터 교육장부터 회의실, 카페, 보육소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섰고, 이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농작물과 공정무역 제품만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푸드 포 올(Food For All)’도 터를 잡았다.

HWV는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로 지역사회의 사회적 경제조직들과 정부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지역 일자리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인근에 조성된 재개발단지에 입주한 모리슨스라는 대형 유통업체는 HWV 운영진의 설득과 권고로 많은 지역주민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HWV의 브라이언 매키낼리 대표는 “분명한 목표와 독립성을 유지하며 20년간 꾸준히 지역사회에서 일을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파트너십 ‘세인트폴 언리미티드(St.Pauls Unlimited)’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지역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다. 범죄와 마약이 창궐하는 ‘위험지역’으로 낙인찍혔던 슬럼가 세인트폴에 근거를 둔 이 단체는 치안, 환경, 주거 등 분야별로 주민 모임을 운영하며 지역 문제 해결에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활동가 멜라니 레딕은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역을 떠나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WV가 입주해있는 게이트하우스 센터(왼쪽) 전경과 센터 내에 입주한 유기농 식품가게 푸드 포 올의 모습.

◇소수자들도 구성원으로 품다=사회적 기업과 조직들은 소수 민족이나 여성 등 소수자들을 포용,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 열심이다.

슬럼가인 세인트폴에 있는 ‘고용사업개발센터(Center for Employment and Enterprise Development·CEED)’는 86년부터 흑인 등 소수민족들에 기술훈련, 미디어교육, 창업지원 등을 제공해온 비영리 유한회사다. 인종과 기회의 평등, 다양성 존중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소수민족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데 역점을 둔다.

기업체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직업기술을 훈련시키고 일자리를 주선하는 ‘적극적 조치훈련(Positive Action Training)’ 프로그램이 그 중심에 있다. CEED 사무국장 솔로몬 푸부라는 “2002년부터 140명가량이 수료하고 대다수가 관리급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고용주들에게 소수민족 훈련생들의 잠재성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스톨의 이너시티 이스튼에서 시작된 ‘실라이 포 스킬스(Silai for Skills)’도 여성들에게 직업기술을 교육, 자활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90년 언어와 보육, 보건, 실업 등에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출신 결혼이민 여성들을 위해 설립된 이 단체는 브리스톨 시립대학과 연계, 영어와 재봉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꼼꼼한 상담을 통해 여성들의 필요를 파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라이를 거쳐간 일부 학생들은 영국내 친환경 재활용 면기저귀 등을 생산하는 ‘바비코(Babeco)’란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18년전 학생으로 왔다가 이제는 의류 제작을 가르치는 데보라는 “학생들과 비슷한 시기를 거쳐왔기 때문에 더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제들은 남아 있다=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다.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적 목적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도록 한 사회적 기업의 이념에 충실하려면 수익 다각화 등을 통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 보조를 받다가도 활동이 궤도에 올라서면 지원 삭감을 각오해야 한다.

올해부터 브리스톨 시의회의 지원이 종료된 실라이 포 스킬스 사무국장 아루나 스미스는 “이제 새로운 자금출처를 찾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매출 감소로 곤란을 겪고 있는 푸드 포 올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어렵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한 요리 강좌나 새로운 판매·배달체계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로 16년째인 브리스톨의 사회적 기업 지원조직 ‘소셜 엔터프라이즈 웍스(Social Enterprise Works)’는 도심에 비해 미진한 브리스톨 외곽 지역에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리처드 스넬링은 “재정 압박에 시달리지만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사회적 목표를 추구, 실행함에 있어 초기의 목표를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브리스톨|김유진기자〉
posted by 댄디킴